[BOOK 2005] 4. 해인사를 거닐다.

많은 분들이 써주신 내용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최고 권위자라 불릴 수 있는 이윤기님의 글, 현재는 타계하신 전우익님의 글, '칼의 노래', '현의 노래'를 쓰신 김훈님의 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쓰신 유홍준님의 글, 그리고 현 대통령이신 노무현님의 글...
이렇게 다양한 분들의 글을 한 권의 책에서 모두 볼 수 있었던 책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대통령이 되시기 전에 노무현 대통령이 쓴 글...
남에게 뒤떨이지지 않게 인생을 제법 치열하게 살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늘 가슴 속에 남는 의문이 있다. 나는 과연 인생을 후회없이 살고 있는가. 이 다음 내가 이 세상에 없을 때 내 자식들은 애비를 부끄럽지 않게 생각할 것인가. 내가 마지막 가는 바로 그 순간에 내 스스로에게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단 한마디, "너는 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인간이었다."라고 할 수 있는가.
인생은 자기가 살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나쁘게 살면 나쁜 결과가, 바르게 살면 좋은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인생은 그냥 흘러가는 것 같지만 거기에는 오묘한 부처님의 섭리가 있음을 나는 확신한다. 하늘 그물이 성긴 것 같지만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 하듯.
글에 쓰신 내용대로 최선을 다하여 주시길...
사랑해라, 사랑해라. 끊임없이 사랑해라. 그것이 빗나간 사랑이라 해도 좋고,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랑이라고 해도 좋다. 아예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올곧은 삶보다는 죄에 가득찬 사랑이라 하더라도 사랑하면서 엇나가는 삶을 사는 것이 훨씬 더 사람답게 사는 삶이다.
어떤 사람이 어느 자리에나 어울리는 얼굴을 가졌다면, 그만큼 진실하게 살아오지 못했다는 증표라는 것이다. 제대로 된 사람은 저 나름의 특징있는 얼굴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울지 않던 새도 같은 종류의 새소리를 들으면 제 울음을 운다는 것이다. 거기 조롱 속에 종달새가 있었다면, 그 울음은 단지 배워서 하는 노래가 아니라 작은 가슴에 뭉쳐있던 분노와 갈망의 도리였을 것이다. 조롱 속의 새라도 종달새는 종달새이다.
가득 차 있으되 비어 있고, 일어나고 사라짐이 무상하고, 나와 네가 둘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추구하기엔 매인 것이 너무 많고, 걸림이 너무 많고, 버릴 게 너무 많은 나였습니다. 그저 경건하고 간절해지고 싶었습니다. 끊임없이 요동치는 마음자리를 조용히 진정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혼자서 할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흔들림이야 저에게서 비롯된 것인데 어찌 한 손으로 돌을 던지며 다른 손으로 수면을 잔잔케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