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timents
[BOOK] 뿌리깊은 나무
창천(蒼天)
2007. 10. 18. 09:50

집현전 학사들의 연쇄살인과 목숨을 건 비밀 프로젝트
1448년 (세종 00년) 가을. 젊은 집현전 학사 장성수의 시체가 경복궁 후원의 열상진원 우물 속에서 발견된다. 단서는 사자가 남긴 수수께끼의 그림과 몸에 새겨진 문신, 그리고 숱한 선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저주받은 금서.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도 전에 두 번째, 세 번째 살인이 이어진다. 매일 밤 이어지는 의문의 연쇄살인, 주상의 침전에 출몰하는 귀신의 정체, 저주받은 책들의 공동묘지... 사건은 점점 복잡해지고 살인자의 정체는 종잡을 수 없다.
사건을 맡은 겸사복 (궁궐 수비군) 강채윤은 참혹한 죽음과 위험한 음모에 온 몸으로 대적한다. 무엇 때문에 집현전 학사가 새벽의 우물 속에 처박혔는가? 사라진 금서는 어디로 갔는가?
살인자의 정체를 쫓아 궐 안의 미로를 헤매던 채윤은 거대한 시대의 진실과 정면으로 마주친다. 그들은 새로운 격물의 시대를 열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 찬 젊은 학사들과 그들의 수장인 주상이었다.
새로운 세상을 향해 목숨을 걸고 은밀하게 진행되는 엄청난 프로젝트와 이를 막으려는 정통 경학파의 거대한 음모.
수수께끼의 문신과 그림, 그리고 경복궁 구석구석의 전각들에 숨겨진 비밀을 한 꺼풀씩 벗겨내며 채윤은 사건의 중심부로 다가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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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창제에 얽힌 역사를 바탕으로 한 소설...
한국형 팩션...
물론 글 속에서 최만리가 이야기한 것과 같이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역사가 아니'긴 하지만,
역사는 또한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도 가지고 있는 바,
역사 자체가 이미 팩션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다만 이 역사를 재해석하고 재창조하면 이런 소설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한다.
밑에 링크한 사이트는 '한글박물관'이라는 사이트의 최만리 상소와 관련된 내용이다.
확실한 사실은 아니지만 이 소설과 아래의 글을 읽은 후, 판단은 본인이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http://www.hangeulmuseum.org/new/historial/hunMin/choiMan01.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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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說)로써 설을 돋우고, 논(論)으로써 논을 지탱하는 것, 한 줄의 문구가 낳은 각주와 해석의 미로를 헤매며 또 다른 미로를 만드는 것, 한 자의 글에 사로잡혀 죽은 관념의 무덤을 헤치는 것, 그것이 곧 식자라 하는 사대부의 경학이었다.
그들은 말과 글로서 높은 벽을 치고 그 안에 안거했다.
-> 1권 p. 33 : 김훈의 '남한산성'에서 나온 구절과 비슷한 듯...
채윤은 이 나라 최고 권부의 실력자라 할 권신 사대부들을 똑똑히 보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새로 들어선 명(明)에 화친하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사사로운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도 알아듣지 못할 중국 말투를 흉내 냈다.
영토를 지키기 위해 북관의 눈보라 속에서 죽어가는 자들은 어느 나라의 백성이며 적요한 궁궐에서 관념의 성을 쌓고 안거하는 자들은 또 어느 나라의 백성인가?
-> 1권 p. 65~66 : 김훈의 '남한산성'에서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