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timents

[BOOK]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창천(蒼天) 2008. 4. 13. 23:16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츠지 히토나리/소담출판사
단숨에 읽어 내려 가는 게 아쉽고 안타깝게 여겨질 정도로 읽는 이의 진심을 울리고 매료시키는 『냉정과 열정사이』의 작가 츠지 히토나리가 또 한 번 한국 독자들을 설레게 할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감성적...


2008. 1. 21

츠지 히토나리와 공지영이 '한일 우호의 해''라던가?를 기념해서 쓴 것이라 하던 책.
구한 파일이 only 츠지 히토나리가 쓴 부분 뿐이라...
기회가 되면 공지영의 부분도 읽고 싶다.

사랑은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곳을 보는 것... 이라는 말이 이 글을 대변해주는 말이 아닐런지...

'냉정과 열정 사이'와 같은 구성이라면 공지영이 쓴 글은 최홍의 입장에서 쓴 글일텐데...
궁금하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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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4. 9 adding

공지영이 쓴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읽고 있다.
역시나 최홍의 입장에서 쓴 썼구만...

예전에 '냉정과 열정 사이'도 그렇고.. 이번에 '사랑 후에 오는 것들'도 그렇고...
모두 남자쪽 이야기를 먼저 읽고 그 후에 여자쪽 이야기를 읽고 있다.

흠... 내가 남자라서 그런건가?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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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 : 츠지 히토나리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또 더 이상 사랑할 수 없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잘못한 것이 있어도 진심으로 사과하면 전해지게 마련이에요. 그렇지만 절대로 노력을 어껴서는 안되죠. 그리고 아무리 힘들어도 진실된 마음을 가져야 해요. 알겠어요? 사랑은 결국 마음이죠. 준고씨가 홍이씨에 대한 마음을 소중하게 간직한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그 마음이 닿을 거예요.

젊은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요. 다시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건 단 하나, 바로 용기에요.

눈을 바라보고 거짓 없는 네 마음을 그대로 전하는 거야. 그럼 반드시 그 사람도 네 진심을 알아줄거야.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과 같은 입장에 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이란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 같으면서도 실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죠. 상대방의 마음을 제멋대로 거짓으로 꾸미는 게 보통이에요.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해를 필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말은 언제나 오해를 낳는다.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들의 말이 두려웠다. 논쟁을 벌이는 것은 무엇보다도 힘든 일이었다. 정색을 하고 논쟁을 벌이는 사람들을 항상 차가운 눈길로 보았다. 유치하지만 결실 없는 논쟁을 하기보다 침묵을 지키는 쪽이 훨씬 힘있다고 믿고 있었다.

인간은 후회하며 사는 동물이다. 사자나 기린이나 낙타가 후회를 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후회를 하기 위해 태어난 인간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얼마나 괴롭고 덧없는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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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 : 공지영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단다. 기적은 없다고 믿는 부류의 사람들과 결국 모든게 기적이라고 믿는 부류의 사람들.

두꺼비 집이 닫히는 것처럼, 물기 묻은 전원에 스위치가 자동으로 차단되는 것처럼, 사랑 같은 거, 호감 같은 거, 느끼려는 순간 철컥하고 스위치가 내려져. 나도 어절 수가 없어.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야. 그런데 그 이후에는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어. 아무리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아무것도 느껴지지가 않아. 감정이 암전된 것만 같아.

말이라는 것은 부질없다고, 그래서 글을 쓴다.

서울의 밤 풍경은 검은 벨벳 상자에 놓은 보석들처럼 맑았고, 한강의 다리들로 오가는 차들의 불빛조차 유리꽃처럼 반짝였다. 멀리서 보니까 그랬던 것이다. 멀리서 보면 대개 모든 사물에게 너그러워질 수 있는 걸까?

말 할 시간은 많을 거야. 그러다 보면 그 말을 하는 동안, 네가 말하는 그 감정이라는 것도 변해 가. 네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도 잊어버리고, 네가 왜 그 말을 하려고 했는지도 모르게 되고, 감정은 변하는 거니까. 그건 고마운 거야. 변하니까 우린 사는거야.

있잖아, 쏘아 버린 화살하고 불러 버린 노래하고 다른 사라이 가져가 버린 내 마음은 내가 어쩔 수가 없단 말이야.

헤어짐이 슬픈 건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만남의 가치를 깨닫기 때문일 것이다. 잃어버리는 것이 아쉬운 이유는 존재했던 모든 것들이 그 빈자리 속에서 비로소 빛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받지 못하는 것보다 더 슬픈 건 사랑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너무 늦게야 알게 되기 때문이다.

두려워하지 마. 설사 여기서 다시 영영 이별을 하더라도. 언니가 하고 싶은 말을 해. 언니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나 아직 사는 게 뭔지 사랑이 무너지 잘 모르지만, 해놓고 하는 후회보다 하지 못해서 하는 후회가 더 크대.

하지만 그가 알까. 우리라는 그 말의 의미를? 우리 집, 우리 가족, 우리 아이들 그리고 우리 남편, 우리 아내의 우리라는 말은 이미 네 속에 내가 들어있고, 내 속에 네가 들어 있다는 뜻임을, 관계를 맺으면 나조차 네가 되고자 하는 한국인들의 마음을.

세상에 사랑은 한 번일 뿐, 나머지는 모두 방황에 불과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