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Linux
- 말라키
- Custom
- build
- 가상환경
- 원한
- LOG
- DataTables
- JQuery
- SCADA
- Eclipse
- Python
- Anaconda
- geckodriver
- HMI
- 명령어
- 리눅스
- ORA-28002
- STS
- 분노
- pythoncom37.dll
- 맥코트
- checkbox
- error
- 파이썬
- Today
- Total
2010년 5월 1일, 2막
[BOOK] 제비를 기르다. 본문
솔직히 윤대녕의 전작들을 읽었던 것은 하나도 없는 듯 하다.
너무 눈에 익은 이름이라 책을 보자마자 사긴 했는데...
이 근원을 알 수 없는 친숙함이란... --a
3년 만에 출간되었다는 이번 소설집에는 희한하게도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최근에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으로 인해 자살이나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는 이 때에...
무엇보다도 '탱자'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읽어보시라...
각 단편들의 줄거리는 아래에...
(kosinski님의 블로그에 있는거 훔쳐왔다는... --; )
http://blog.naver.com/kosinski?Redirect=Log&logNo=120034266389
「연鳶」.
나, 해운, 정연, 미선. 엇갈린 두 사람과 그들의 엇갈림을 지켜보아야 했던 나. 북한산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해운을 향하는 정연의 사랑, 그리고 정연을 훌쩍 너머 미선에게로 향하는 해운의 사랑, 그리고 나는 번갈아 나타나는 이들 세 사람을 북한산의 어떤 바위처럼 우두커니 지켜볼 수 있을 뿐이다. “... 연줄은 얼레에서 계속 풀려나가고 있었다. 저렇듯 떠가면 어디까지 가게 될까?...” 그저 그들이 어디까지 흘러갈 것인지 살펴볼 따름이다. 그리고 이들의 엇갈린 시선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 하늘 위의 연처럼 우리들 사이사이에 숨어 있다.
「제비를 기르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월삼짇날 아침에’ 태어난 어머니의 일대기, 그리고 나와 문희의 사랑 이야기... 평생 마음속에 제비를 품어 기르며 살았던 어머니, 아버지의 모진 매질에도 불구하고 첫눈이 내리면 어김없이 며칠이고 집을 나섰다가 피곤에 지친 모습으로 돌아오곤 하던 어머니... 그리고 이어서 어머니로 인해 피폐해진 아버지가 자주 찾곤 하던 술집 작부였던 문희와 교묘하게도 겹쳐지는 나의 사랑 이야기... “어머님 말씀이, 제비가 지저귀면 고독해지거나 홀로 멀리 떠나게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당신도 해마다 집을 비우곤 했다고요.” 하지만 그 옛날 술집 작부 문희를 닮아 있기도 하고, 문득문득 강남으로 돌아가는 제비처럼 세상을 등진 사람이 되어버리는 나의 어머니를 닮은 문희와의 사랑은 온전하게 진행되지는 못한다. 작가 특유의 몽환적인 느낌이 가장 잘 살아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 몽환의 스타일은 비슷함에도 그 깊이는 좀더 깊어진 느낌... 늙는다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탱자」.
“올봄에 통영에서 제주로 오는 배 안에서 마주친 어떤 늙은 중이, 사람은 가끔 정화(淨化)되지 않으면 나이를 먹을 수 없으리라 내게 말하였다. 그래서 굳이 갈 곳이 없음에도 바다를 건너게 되었다고 말이다...” 집안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고모, 이제는 나이가 들어 몸의 운신의 폭이 줄어든 늙은 고모가 제주에 사는 조카를 방문한다. 탱자를 들고 물을 건너면 귤이 될까 몇 개 주워온 탱자를 조카에게 주는 고모, 귤을 들고 물을 건너면 탱자가 될까 생각하는 고모에게 몇 개의 귤을 쥐어주는 조카는 그렇게 제주에서 소통하게 된다. 고모의 그 여행은 정화의 의식 같은 것일까, 그리고 나는 나는 이러한 고모를 조용히 지켜본다.「편백나무숲 쪽으로」.
집 떠난 아비 대신 나를 키웠던 백부, 그리고 이제 죽을 때가 되어 다시 모습을 나타낸 아비... “명이 다하면 사람은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집을 버리고 떠났던 자들은 돌아와도 짐승처럼 혼자 숨어서 죽느니라. 개는 흔히 마루 밑에 들어가 죽고 고양이는 봄날 짚단 속으로 들어가 죽느니라. 또한 새는 나뭇구멍 속으로 들어가고 산짐승은 깊은 굴을 찾아들어가 마침내 제 숨을 다하느니라.” 그리고 이제 사라진 아비를 찾아 나는 수백년 된 뱀이 사는 토굴이 있는 삼백만평의 편백나무 숲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고래등」.
손가락을 접으면서가 아니라 손가락을 펴면서 셈을 하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의 아들... 수시로 아내에게 짐을 싸게 하고, 무시로 집을 옮겨다니면서도 이유에 대해서는 도통 설명할 줄 몰랐던 아버지... 고래 모양의 외등을 만들어 자신의 집에 걸어 놓은 아버지와 이 고래등만은 맘에 들어했던 어머니와 나... 대궐같은 집에 대한 아버지의 염원은 평생에 걸친 무작스러운 생활의 패턴이 되었고, 그러한 아버지의 생활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했던 어머니와 나는 결국 아버지에게서 등을 돌린다. “... 이 집 주인도 그런 노인넬 거야. 누가 알면 설마 빼앗기기라도 할까봐 쉬쉬하며 틈나면 몰래 혼자 와서 커피만 끓여먹고 돌아가는 그런 불쌍한 영감네 말이다. 뭐,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아니었겠지만 식구들한테도 차마 알리지 못하고 말이다. 그건 왜요? 그야 이 집 하나 갖겠다고 평생 처자식을 걸레처럼 쥐어짰으니 막상 염치가 없었던 게지...” 대저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그 사이에 품어볼만한 것으로 대궐같은 집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낙타 주머니」.
계간지에서 읽을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가장 윤대녕스러운 글이다. 중국 여행길에 동행했던 한 화가와 나의 우정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스러져가는 한 예술가의 마지막을 띄엄띄엄 살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예술도 몸에 힘이 있어야 하는 거요. 술담배에 곯아서 하는 얘기를 요즘 세상에 누가 귀기울여 듣겠소.” 우연히 만나고,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태우고, 낚시를 가고 그리고 예술가는 나비로 가득한 그림 전시회를 열고, 나는 그녀의 여동생을 만나고, 어느 날 홀연히 그는 앉은 자세로 생을 마감한다. “... 비단길. 그 추운 폐허의 고성 앞에서 함께 서 있을 때 우린 보았지. 멀리서 당나귀를 탄 노인이 다가오는 것을. 이제 와 고백하건대 그때 나는 알았네.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그 노인은 내 숨을 거두러 왔던 거야. 낙타 주머니를 들고 말일세. 하지만 오해는 말게. 나는 이미 지병을 앓는 몸이었고 겁에 질려 방황하고 있었지... 노인이 검은 당나귀를 타고 왔을 때 비로소 나는 편안하게 체념할 수 있었네...” 그리고 그의 마지막 편지를 읽은 후 나는 천식 증세에 시달린다.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다는 사실 앞에 놓이는 일은 우리들 몸의 체질이 바뀔 정도의 일인 것이다... 그리고 나는 서서히, 그러니까 그의 동생을 드문드문 만나고, 구강흡입제에 의지하고, 여러 명의 의사를 만나는 동안 그를 잊어간다. 그리고 어느날 천식이 아니라 기관지가 나쁜 것일 뿐이라는 의사를 만났을 때 나는 왈칵 울어버린다.
「못구멍」.
기훈과 명해. 어느 날 꿈에 나타난 명해의 사고 장면은 오래전 잊고 있었던 대학 후배를 기훈의 삶 속으로 끌어들인다. 하지만 명해가 아이를 잉태하고, 보다나은 삶을 향한 기훈의 욕심은 그 아이를 낙태시키고, 명해와 기훈은 그렇게 서로에게서 조금씩 멀어져간다. 맨발로 세상을 돌아다니지 않겠다고 만들어달라며 청혼을 받아들였던 명해는 엘리베이터 옆에 우산을 둔 채로 외출을 하고, 아내 없이 어머니의 환갑 잔치를 치러야 하는 기훈 또한 그녀를 사선으로 지나쳐버린다. 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다시금 찾은 그들의 신혼 방, 기훈은 무수한 밤 사이사이에 명해가 써놓은 것으로 짐작되는 벽면의 낙서를 발견한다. “인생이란 헐벗은 나뭇가지들 사이로 틈틈이 지나가는 햇살을 바라보는 것. 따뜻한 강물처럼 나를 안아줘. 더 이상 맨발로 추운 벌판을 걷고 싶지 않아. 당신의 입속에서 스며나오는 치약냄새를 나는 사랑했던 거야. 우리 무지갯빛 피라미들처럼 함께 춤을 춰. 그래도 인생은 살 만한 거라고 내게 얘기해줘. 가끔은 자유와 이상과 고독에 대해서도 우리 얘기해. 화병처럼 나는 주인만을 사랑해. 나도 너의 주인이 되고 싶어. 당신이 먼저 잠든 밤마다 나는 이렇게 한줄씩 쓰고 있어요.”
「마루 밑 이야기」.
병희와 여자애 윤정의 느닷없는 동해로의 여행... 처음에는 서걱서걱하던 두 여자는 여행 중에 서로의 속내를 드러낸다. 오년쯤을 만난 남자와 집안의 반대로 결혼에 이르지 못했고 돌아가시는 부모의 마음에 못질까지 단단히 해버렸다는 병희의 이야기... 스포츠센터에서 일을 하다 우연히 만난 남자로부터 집요한 돈의 유혹을 받고 결국 몸의 상실을 경험해야 했으며 그로부터 탈출했지만 다시금 조우할 수밖에 없었다는 윤정의 이야기...
윤대녕 / 제비를 기르다 / 창비 / 317쪽 / 2007 (2007)
'sentimen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MOVIE] 300 (0) | 2007.03.19 |
---|---|
[MOVIE] 클릭(Click) (0) | 2007.03.14 |
[MOVIE] 그 해 여름 (0) | 2007.02.19 |
[MOVIE] 열혈남아 (0) | 2007.02.19 |
[MOVIE] 언니가 간다 (0) | 2007.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