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일, 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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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iments

[BOOK] 옛공부의 즐거움

창천(蒼天) 2008. 1. 27. 12:01
  옛공부의 즐거움  이상국/웅진지식하우스
『옛공부의 즐거움』은 조인스닷컴 ‘빈섬’ 이상국 기자의 블로그(http://blog.joins.com/isomkiss)에서 인기리에 연재되던 ‘옛공부’의 원고를 다듬어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거의...



이 책을 읽으며 또다시.. '세상은 넓고, 똑똑한 사람은 많다'는 것을 느꼈다.
우선 글쓴이의 박학함과 그 깊이, 그리고 그 생각하는 바를 하나로 묶어내는 것에 존경심을 느낀다.

얼마나 더 공부해야 그런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런지...(물론 아직 모자란다는 사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내가 가진 재주는 아직도 미천함만 다시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공부하고, 공부하고, 또 공부해서... 나도 언젠가 저런 경지에 이르리라...

덧붙여 대나무꽃이 팔십년 자신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에서 그리 흉흉한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분명 대나무밭을 가꾸는 주인에게는 그 꽃이 흉흉한 꽃임이 분명하지만 자신의 생애 마지막을 그렇게 장식하는 것도 대나무의 측면에서는 멋진 마무리가 아닐런지...
(물론 '행운의 꽃'이라 일컫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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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일견 아주 달라 보이는 두 가지의 마음노릇을 함께 품고 있는 기이한 낱말이다. 잠자는 동안에 생시와 마찬가지로 체험하는 여러 가지 현상이 그 하나요, 실현시키고 싶은 바람이나 이상이 또 다른 하나다. 잠 속에서 꾸는 꿈과 마음속에 품는 꿈은 엄연히 다른데도 그 두 의미를 구별하여 쓰는 데 별로 어려움이 없는 것은 두 개의 꿈이 서로 부딪치기보다는 한 꿈이 은근히 다른 꿈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80년에 한번씩 꽃을 피운다는 대나무의 신비스러운 화개는 그러나 사람들에게 환영받는 일이 아니라 흉흉하고 불길한 징조로 의미 지어지는 것이었다. 그 한 번의 꽃을 피우기 위해 대나무는 팔십 평생 골기를 다져왔다. 환하고 눈물겨운 꽃등을 일으켜 세우면서 대나무는 모든 힘을 다 써버린다고 한다. 꽃이 만개할 때 대 줄기는 이미 하얗게 말라가기 시작한다.

그의 표현 속에 하필 사량(思量)이란 말이 들어 있는 건 우연일까? 우리가 때묻혀버린 사랑이란 말의 어원이기도 한, 이 말. 생각하고 헤아림. 사랑이란 몸 만지고 욕심 채우고 팔짱끼고 뽐내는 것이 아니라, 여기 이렇듯 괴로운 거리를 사이에 두고 생각하고 상대의 살이를 헤아리는 마음에 뿌리를 둔 것이었다. 사랑이란 끝내 마음속의 절실한 고갯짓일 뿐, 마음속에 상대를 데려와 걱정하는 일일뿐, 그 밖의 아무것도 그런 이름으로 불려서는 안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서화를 읽는 데는 금강안(金剛眼)과 혹리수(酷吏手)가 있어야 그 진가를 다 가려낼 수 있습니다."
금강안은 금강역사와 같이 부리부리하게 뜬 눈으로 집요하게 살피는 눈이고, 혹리수는 백성의 피 같은 돈을 한 푼이라도 더 우려내려는 가혹한 관리의 손을 말한다. 두 비유는 어떻게 보면 부정적인 의미가 서성거리지만, 추사가 강조하고자 하는 의미의 강도를 느낄 수 있다. 철저하고 가차 없는 통찰력과 행동력이야말로 지식의 불완전성을 극복하는 가장 중요한 툴임을 역설한 것이리라. 어물쩍 깨닫고 두루뭉수리 논변을 펴는 가짜 지식에 대해 추사는 저 두 개의 사납고 혹독한 용어를 들이대며 지식의 엄정성을 역설한 것이다.

고덕이 말하되 죽영소계진부동(竹影掃階塵不動)이요 월륜천소수무흔(月輪穿沼水無痕)이라.
                   -채근담 32장
대 그림자가 계단을 쓸어도 티끌 하나 쓸려 나가지 않고, 달빛이 호수를 뚫고 들어가도 물에는 흔적이 남지 않는다.

누군가가 자신을 모욕해도 스스로 그것을 수치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전혀 부끄러울 게 없다고 주장했다. 마음에 해를 입히는 행위는, 타인은 불가능하며 오로지 스스로 타인의 욕설이나 암시를 수긍하고 자해행위를 할 때라야 가능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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