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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2일은 배우 이은주가 세상을 떠난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다. 많은 이들을 충격 속에 빠뜨렸던 자살과 이후 불거진 여러 논란들, 마치 영화 속 이은주가 그러했던 것처럼 그는 여전히 멀찌감치 물러서 잠들어 있다. 이은주의 쓸쓸한 미소, 세상 단 하나밖에 없던 그 미소를 떠올려본다.
![]()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은 제 53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직접 칸을 찾았던 이은주. 앳된 모습으로 칸의 설레임을 전했다. |
![]() 이병헌과 함께 애뜻한 러브스토리의 주인공 '태희'를 연기했던 이은주. 5년 전, 그녀와 함께 나눴던 사랑이야기, 영화이야기. |
![]() 차태현, 손예진과 함께 했던 멜로 영화 <연애소설>. 인천 소야도에서 진행됐던 <연애소설>의 촬영현장에도 이은주의 모습이 담겨있다. |
![]() <하늘정원>에서 죽음을 앞둔 한 여인을 연기했던 이은주. <하늘정원>의 개봉 직전 안재욱과 함께 했던 인터뷰를 전한다. |
![]() 한석규와 호흡을 맞췄던 스릴러 영화 <주홍글씨>의 제작발표회 현장. <주홍글씨>는 강렬히 그녀를 기억하게 하는 유작이 됐다. |
![]() 그녀가 직접 불러 화제를 모았던 Corrs의 히트곡 'Only When I Sleep' |
뒤늦게 DVD로 <안녕! 유에프오>(2004)를 봤다. 이은주가 <주홍글씨>를 끝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두 번째로 촬영한 영화다. 더없이 푸른 변두리 지역을 배경으로 이은주는 아름다웠고 시각장애인 연기도 훌륭했다. 이은주를 두고 보자면 흥미로운 구석이 많은 영화였다. 내 기억 속의 이은주는 언제나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여성이었다. 하지만 <안녕! 유에프오>에서 그가 연기하는 시작장애인의 경우는 무척이나 적극적이었다. 시각장애인으로 혼자 외딴 동네에 단칸방을 얻어 사는 것은 물론이요, 지팡이를 짚은 채 변심한 남자친구의 강의실에 불쑥 쳐들어가기도 하고, 언제나 자신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준 박상현(이범수)에게 더없이 맑은 날 오후에 또한 불쑥 입맞춤을 건넨다. 강의실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있건 수업시간임에도 강의실 문을 열어제치고, 남들이 지켜볼지도 모르는 훤한 시간에 더듬더듬 박상현의 입술을 찾을 수 있었던 건 아무래도 경우가 시각장애인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은주가 온전한 시력을 가진 인물을 연기할 때 해보지 못했던 연기를 비로소 시각장애인이 되어서야 할 수 있었다는 아이러니가 묘한 기분에 젖게 했다. 눈을 떴을 때 드러내지 못하던 그녀의 욕망들을 눈을 감고서야 보여줬다는 사실이 지금껏 그에게 쏟아졌던 세상의 관심과 더불어 이은주 개인이 지금껏 어떤 캐릭터로 이어져왔나를 짐작케 한다.
또한 <번지점프를 하다>(2000)에서 이범수가 이병헌의 친구였기에 ‘친구의 친구를 사랑하는’ 경우를 경우가 참을 수 없어서 눈을 감아버린 것을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에까지도 이른다. 그리고 또 하나, 그전까지 <오! 수정>(2000)이나 <번지점프를 하다>를 보면서 막연히 그에게는 무채색 느낌이 어울린다고 느꼈었는데 처음으로 밝은 색, 그리고 짧은 반팔 소매가 더없이 싱그럽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이제 와서 느꼈다고 생각하니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기분에 휩싸인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정말 시간의 예술이다. 뒤늦게 볼 수밖에 없었던 <안녕! 유에프오>는 그 1년 사이에 나에게 전혀 다른 영화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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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쓸쓸함에 젖다
계속해서 <안녕! 유에프오>의 김진민 감독, 이범수와 이은주의 음성해설을 들었다. <주홍글씨>에는 이은주의 음성해설이 수록되지 않았기에 이것은 그녀의 마지막 음성해설 작품일 것이다. 주로 김진민 감독과 이범수가 얘기를 하고 이은주는 드문드문 거드는 정도로 진행된다. 듣던 도중 그녀의 얘기에 순간적으로 소름이 끼쳤던 장면이 있다. 영화 속에서 상현과 경우는 연인사이로 발전해가려 하지만 그 사이 이은주가 옛 남자친구를 만난다는 오해로 인해 서먹한 분위기로 된다. 그러던 중 마치 물난리라도 난 것처럼 장대같은 비가 쏟아져 내린다. 상현이 경우의 반지하 방을 찾았을 때 이미 방안은 물이 조금씩 차오르고 있다. 순간 시각장애인의 몸으로 어떤 대책도 세워볼 수 없는 상황, 정말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극한의 고독에 시달렸을 경우가 화장실 변기 위에 벌벌 떨며 쪼그려 앉아 있다. 상현과 경우는 사소한 오해와 그보다 더한 사랑의 감정이 뒤섞여 말다툼을 하게 되고, 그만 상현은 경우의 곁을 떠나버린다. 그때까지 음성해설을 하며 말을 아끼던 이은주가 그 장면에 이르러 불쑥 특유의 건조한 목소리로 “저렇게 그냥 가면 어떡해요! 저기서”라고 순간 큰 소리로 말한다. 이 역시 나로서는 뒤늦게 본 영화였기에 나타난 과민반응이겠지만, 아마도 실제의 이은주가 세상을 떠나던 날의 상황이 저러하지는 않았을까, 가만히 생각해본다. “나한테 뭘 바라는데? 나도 날 모르겠는데! 어떡하라고. 언제까지 내 옆에 있어줄 수 있는데?” 마음가는 대로 쉽게 상대방에게 손을 내밀 수 없는 상황, 더 이상 자신의 상처가 커지지 않기를 바라는 경우는 그 장면에서 그렇게 얘기한다.
최근에는 이은주의 부재를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사건도 있었다. 바로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스크린쿼터 사수 집회였다. 지난 2004년 6월 이창동 문화부장관이 ‘한국영화산업의 미래를 위해 스크린쿼터 일수를 축소 조정,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이야기한 뒤 영화인들은 곧장 ‘한미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 대책위원회’를 꾸려 시위에 나섰다. 그리고 7월 14일 영화인들은 하루 동안 영화 제작과 촬영을 전면 중단하고 광화문 사거리에서 ‘스크린쿼터 사수와 한미투자협정 저지를 위한 영화진흥법 개정 촉구 및 대국민 보고대회’를 개최했다. 배우 안성기, 박해일, 김민선, 차승원, 장혁, 조인성, 류승범 등 영화인 2천여 명이 참여한 그 자리의 선두에 이은주도 있었다. 아마 살아 있었다면 이번 영화인들의 광화문 1인 시위에 그도 모습을 드러냈을 것이다. 그녀는 과연 어떤 문구를 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을까?
1년 전의 아련한 기억
이은주가 죽던 날은, 아직 채 1년밖에 안 돼서이기도 하지만 유독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그가 세상을 떠난 2005년 2월 22일은 내 생일의 다음날이었고, 바로 커트 코베인의 생일이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의 생일 파티를 하루 늦게 했고, 별로 거창하지도 않지만 유독 커트 코베인의 생일이랍시고 괜히 이것저것 챙기는 날이기도 하기에 불쑥 그 다음날 새벽 전해진 그의 죽음은 너무나 큰 인상과 기억을 남겼다. 한국 연예사의 그러한 죽음은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드레스 룸 안의 옷걸이에 넥타이를 연결해 그 줄에 목을 맸고, 왼쪽 손목에 자해 상처를 남겼다. 침대를 적신 흥건한 피와 현장에서 발견된 연필깎이 칼, 그리고 유서 등이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증거가 됐다. 재학 중이던 단국대 연극영화과 졸업식에 나흘 전 참석해 보여준 웃는 얼굴이 공개 석상에 드러난 마지막 모습이라 했다. 1980년 생으로 그 해 나이 스물다섯, 이제 막 영화배우로서의 본격적인 날갯짓을 시작할 시점이었기에 그 안타까움은 컸다.
장례식장 한가운데 이은주의 영정사진은 더없이 밝고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옆모습으로 촬영된 그 사진의 이은주는 장례식장을 찾은 그 누구도 쳐다보지 않고 있었다. 카메라 셔터가 내려질 때를 기다려 준비한 표정이 아니라 그저 어느 순간 포착된 사진이었다. 또한 그것은 정작 영화 속에서는 좀체 보기 힘들었던 그녀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그 찰나의 순간을 담은 사진은 거짓말처럼 우리 곁을 떠난 이은주의 존재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이후 그가 불면증을 동반한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그것이 직접적인 사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되면서 그 웃음은 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들었다. 가수 전인권과의 논란 섞인 관계가 보도되면서 그 죽음은 서로 다른 관점으로 다시 포장되기 시작했지만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이 사실이건 아니건 그 개인의 죽음 자체만이 중요한 것이다. <안녕! 유에프오>는 또한 실제 전인권이 우정 출연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전인권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이은주는 아무런 얘기가 없다. 신나게 그와의 인연을 얘기하고 팬이었음을 고백하는 김진민 감독, 이범수와 사뭇 대조적이다. 영화 속에서 상현이 ‘나의 가장 큰 보물은 전인권이 준 반지’라고 얘기하자 경우는 그저 ‘어느 나이트에서 받았니?’라고 되묻는다.
또래 가장 조숙했던 배우
이은주를 실제로 만난 적은 딱 한 번이었다. <하늘정원>(2003) 현장 취재 차 촬영지인 호스피스 병원이 있는 삼천포를 갔다.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를 떠나 <하늘정원>에서 이은주는 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김영주로 출연했기에 이 역시 묘한 느낌을 갖게 한다. “왜, 그러면 안 돼요. 나 잘 먹고 싶은데, 남들처럼 잘 먹고 잘 살고 싶은데, 왜 그러면 안 돼요?"라는 영주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현장 방문 당일 호스피스에서 촬영하던 역할 그대로 배우들이 즉석 인터뷰에 응했다. 그러니까 이은주는 환자 모습 그대로 인터뷰를 한 것이다. 배우들이 메이크업을 지우지 않은 채로, 현장의 의상을 그대로 걸친 채로 인터뷰하는 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그때의 느낌은 사뭇 달랐다. 너무나도 활발하고 유머러스한 안재욱과 달리 이은주는 마치 그 의상에 맞춘 것처럼 조용하고 힘없이 인터뷰에 응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나는 서둘러 다른 일정 때문에 다른 취재진들과 따로 비행기를 타고 올라왔다. 그때 그 비행기에 이은주가 혼자 있었다.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인터뷰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비즈니스석이 아닌 이코노미석에 그저 학생처럼 앉아 있었다. 모자를 푹 눌러쓴 것도 아니었지만 달리 알아보는 사람들도 없었고, 내려서는 마중 나온 사람도 하나 없이 그저 묵묵히 택시 정류장으로 향했다. 무슨 일로 그렇게 서둘러 혼자 서울로 올라왔던 것일까, 궁금했지만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와의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 됐던 그 날, 그 뒷모습이 무척 쓸쓸했다는 기억밖에는 없다.
이은주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정은 역시 쓸쓸함이다. 이름마저 너무 평범해서 더 쓸쓸하다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그를 처음 만난 건 <송어>(1999)였지만 영화배우로 ‘포착’된 것은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에서였다. 불과 스무 살의 나이에 그런 쓸쓸하고 조숙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케이블TV 구성작가인 수정(이은주)은 담당 PD 영수(문성근)와 그의 후배이기도 한 재훈(정보석) 사이에서 묘한 삼각관계에 놓여 있다. 마치 영화 속에서 공중에 매달린 케이블카처럼 수정은 흔들흔들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은 채 무게중심을 잡는다. 말하자면 홍상수 감독 영화의 남자들이 본격적인 유아 선언을 하기 시작한 그 영화에서 오직 수정만이 가장 의젓하고 어른스러운 인물이다. 하지만 유독 이상했던 장면은 수정이 자신의 집에서 동생인지 무언지 도통 관계를 알 수 없는 한 남자의 자위행위를 도와주는 장면이었다. 원하지 않는 행동을, 정말 원하지 않는 표정을 지은 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는 수밖에 없다는 그 순간의 체념이 묘하게 영화와 현실이 환기되는 듯한 느낌을 줬다. 그 쓸쓸함이란 그렇게 또래의 다른 여배우들처럼 자기를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오버하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슬그머니 자신의 존재를 지우고 은근슬쩍 뒤로 물러나 있는 모습에서 왔다. 하지만 <오! 수정> DVD의 제작과정 다큐를 보면서는 그 쓸쓸함 외의 밝은 표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 홍상수 감독은 역시나 술을 먹여 배우들을 조련했고, 적당히 취기가 오른 이은주는 “감독님, 바람 좀 쐬고 올게요. 으히히히…”라고 웃으며 촬영장을 빠져나가 인사동 거리를 제멋대로 걸어 다녔다. 참 사랑스러웠다. 그때 처음으로 그가 마치 <링>처럼 TV 바깥으로 걸어 나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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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라는 하나밖에 없는 섬
새삼스런 얘기이긴 하지만 영화 속의 이은주는 언제나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했다. 뜻하지 않게 죽는 역할이거나(<번지점프를 하다> <하늘정원> <태극기 휘날리며>), 말 못 할 사연을 간직한 비극적 정부의 모습 등(<하얀방> <주홍글씨>). 그는 정상적인 역할이 없었다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어딘가 늘 결핍된 인물로 등장했다. 그것은 참 이상한 일이다. 이은주는 별다른 특징이 없다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특별히 오똑하거나 모나지 않고 말 그대로 고운 선을 가진 배우였다. 한 편의 영화가 보여주는 이야기의 반전과 역류를 보여주기에는 오히려 지나치게 차분한 느낌의 배우였다. 다소 코가 맹맹거리는 듯한 건조하고 가느다란 목소리만이 늘 묘한 불안감을 동반했다. <송어>를 시작으로 그가 본격적으로 2000년대를 여는 한국영화계의 중심 여배우로 활동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그러니까 그는 그 시기에 딱 필요했던 여배우였다. 어딘가 과장되고 화려한 여배우들과는 달리 그는 그저 그 스스로의 체온으로 스크린에서 살아갔다. 그의 장례식장을 보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수많은 절친한 연예인들의 눈물이었다. 평소 그가 그렇게 나서는 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많은 현실의 친한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이 다소 낯설었다. 영화 속에서 그는 늘 혼자였고 언제나 세상과 호응하지 못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이은주에게는 그 자신이 한국영화계에서 점하고 있던 위치에 비하자면 유독 ‘변신’이라는 단어가 붙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의 변신을 원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 원했던 것도 아니고, 그 스스로 변신의 재능과 욕심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그냥 이은주는 이은주로 살았던 것이다. 멜로의 여왕이라는 전도연이 <피도 눈물도 없이>에 출연하는 것처럼, 코미디의 여왕이라는 김정은이 <사랑니>에 출연하는 것처럼, 그리고 이영애나 김혜수나 김선아나 각자 지속적인 변신을 모색하고 실행에 옮겼던 것 같은 과정이 그에게서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이은주는 한국영화계 안에서 섬 같은 존재였다. 변신에 능한 배우란 말은 바꿔 말해 곧 다른 배우로 쉽게 대체할 수 있는, 그와 닮은 또 다른 사람을 만나기 쉽다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말하자면 앞으로도 이은주를 대체할 만한, 그 특유의 쓸쓸한 미소를 지닌 배우를 만나기란 참으로 힘들 것이다.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서인우(이병헌)는 입대하고 난 뒤 인태희(이은주)를 만나지 못한다. “숟가락은 ㄷ 받침인데, 왜 젓가락은 ㅅ 받침일까”라며 엉뚱한 질문을 던지던 태희를 인우는 잊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가 스물다섯에 죽어 스물여섯이 된 이은주를 보지 못하듯 인우도 결국 그녀를 다시 못 보고, 제대를 하고 결혼을 한다. 시간이 흘러 2000년, 국어교사가 되어 살고 있는 인우는 과거 장난스레 마법을 걸었던 것처럼 새끼손가락을 드는 버릇이 있고, 행동 하나하나 태희를 연상시키는 한 학생을 만나 혼란에 빠진다. 유부남이라는 현실의 조건도, 그가 남학생이라는 성별의 구분도 순간의 불같은 감정 앞에 평정심을 잃는다. 인우는 다른 모습으로 환생한 태희를 만난다. 우리도 다른 모습으로 환생한, 그 누군가로 대체된 이은주를 만날 수 있을까? 그 누군가 영화 속에서 새끼손가락을 들어 인우를 놀라게 했던 현빈(여현수)처럼 우리 앞에 나타날 수 있을까?
주성철 기자